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극심한 한파를 맞았다. 지난달 채권 발행액은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2조80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21일 투자자예탁금(50조7793억원)은 일일 기준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였다. 거래절벽도 이어졌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1조2827억원에서 꾸준히 감소해 7월(7조2463억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7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달 6일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은 5조4762억원까지 줄며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시장 돈 가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채권 발행액은 64조4976억원으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회사채 발행액(5조3440억원) 축소 규모가 두드러졌다. 전체 채권 발행액은 올해 초 대비 2.27%가량 줄어든 반면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1월(8조7710억원)에 비해 39.1% 급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4950억원)에 비해서도 37.1% 낮은 수준이다.
자금줄이 말라가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여파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증시에 몰렸던 자금들이 빠르게 빠져나갔고, 기업 실적 악화 우려까지 겹치며 채권 금리도 급등했다.
지난달 26일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528%, 신용등급 BBB-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1.382%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연저점을 찍었던 지난 1월 3일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기업이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 카드를 꺼낸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신용경색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기조와 금리 상승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누적된 금융비용 상승에 대한 부작용으로 국내외 신용시장 위험 발생 빈도가 더 잦아질 수 있다”며 “채권안정펀드 부활 등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스프레드(금리차) 확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