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대낮 거리에서 피살됐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또 일어났다. 경찰이 여성을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했음에도 갑작스러운 범행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이 살해당한 유사 사건이 벌써 몇 번째인가. 우려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난 4일 충남 서산시에서 50대 남성이 40대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피해 여성은 한 달 전부터 경찰에 4차례나 가정폭력으로 남편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폭행 피해 신고가 있었음에도 피의자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여겼다. 참으로 안이하기 짝이 없는 판단이다. 이래서야 국민이 경찰을 믿을 수 있겠는가. 경찰이 피해자에게 위치 추적이 되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다음 날에도 남성은 여성을 찾아왔다. 법원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후에도 남성은 또다시 피해자를 찾아왔지만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적인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경찰이 한 달 동안 조사를 미루는 사이 참극이 일어났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접근금지 신청을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다했다고 항변하지만 가해자 분리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가해자가 폭력 신고 내역이 있는 데다 접근금지까지 어긴 상황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분리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해도 가해자가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다면 막기 어렵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법적 제도와 시스템에 맹점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몇 년 새 가정폭력과 스토킹 관련 치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담 경찰관은 부족한 현실이다. 전담 인력을 충원하고 관련 예산을 늘려 피해자 보호 업무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