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감사원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법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출근길에서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기관이라고 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윤 대통령의 말과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5일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에 노출됐다. 문자 내용은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였다. 일부 언론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감사원이 해명하겠다는 취지다.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수석에게 일종의 보고를 한 셈이다. 감사원과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에 대한 문의와 설명이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업무보고에 가깝다.
정부 기관인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국정 현안을 협의할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있는 사안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오해를 살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해명자료가 나간다는 사실까지 시시콜콜하게 문자로 보고했는데 다른 사안은 어떻겠는가. 언론의 합리적 비판을 ‘무식한 소리’라고 폄훼하는 인식 수준도 놀랍다.
감사원이 정부의 주요 사업을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정부의 일도 당연히 감사 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지금 이뤄지는 감사원 감사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감사원은 올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에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 34개를 특정사안감사(특감) 대상에 포함했다. 태양광 사업 추진 실태,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사태 등이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임 정부 인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이 동원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여당으로부터도 비판받았다. 지금 최 감사원장의 말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이렇게 협조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정부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감사원은 독립기관이라는 본분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