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공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엔데믹 시대를 맞은 한국교회가 스스로 답해야 할 이 질문에 대해 신학자와 현장 목회자들은 ‘공공성의 회복’을 해법으로 집중 조명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된 ‘2022 국민미션포럼’의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는 지난 4월과 9월 국민일보가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와 공동진행한 ‘한국교회 인식 조사’ 결과를 인용, 국내외 신학자들 견해 등을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하며 “공적 영성, 공적 제자도의 결여가 성도들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가로막게 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데믹은 전 세계적인 새로운 영적 각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선교적 교회’와 ‘공공성의 회복’을 위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적 책임의식의 회복’과 ‘선교 전략의 변화’였다. 신 교수는 “불신사회와 문화를 무조건 배격하거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복음적 가치와 진리를 바탕으로 ‘공공선(common good)’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교회 연구가 톰 레이너의 주장을 언급하며 “교회가 외부지향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건물과 시설이 교인들의 보금자리가 아닌 아웃리치(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를 위한 도구임을 깨우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 후 화종부(남서울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목회적, 실천적 방안이 대거 제시됐다. 김승욱 할렐루야교회 목사는 “성경 속 진리가 주는 깨달음이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 함께 애통하고 사회를 위해 말씀을 적용했을 때 비로소 공공선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는 “교회가 물질(재정 지원)이나 개인의 역량(재능 기부)을 앞세워 세상에 들어가려 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을 가꾸듯 교회가 보다 섬세한 ‘가꿈의 신학’으로 이 시대에 성경적 변화를 도모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사회적 자본’에 해당하는 신뢰도 변화에 대한 통찰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는 “교회가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해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신뢰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다양한 매체와 그룹을 만나고 객관적 데이터를 확인하며 세상과 소통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 사역을 통한 지속적인 행동(doing)이 존재(being)를 구현해 낼 것이란 시각도 제시됐다. 안광복 청주상당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강단에서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공공선에 대한 지향을 선포하고 이에 공감한 성도들이 사회에서 활동을 펼치다 보면 성도의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영적 성장은 물론 선교적 교회로서의 공동체가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바리새파가 주도 세력이었던 예루살렘교회에서 유대교의 기본을 깨고 새롭게 복음 사역을 펼쳤던 바울이 있었기에 갱신과 개혁을 거듭한 지금의 교회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유튜브 예배’ ‘줌 소모임’ ‘다니엘기도회’ 등 신앙생활의 지경을 넓혀 준 경험을 통해 엔데믹 시대에 교회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