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골프 경기를 꾸준히 본다. 미국 투어(LPGA)는 새벽 시간에, 한국 투어(KLPGA)는 낮에 TV로 본다. 현장 직관도 종종 한다. 이번 주말에도 가서 볼 참이다. 대부분의 선수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굿즈’까지 살 정도로 좋아하는 선수는 박성현 프로다. 2012년 한국 투어에 입회했고, 2017년 미국에 진출해 그해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진기록을 가진 선수다. 승부를 봐야 할 때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과감하게 시도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개중에는 공이 물에 빠져 결국 실패한 때도 있었고, 공을 핀에 완벽하게 붙여 승리의 발판으로 만든 때도 있었다. 누가 뭐라든 자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나 멋졌다.
최근에는 박민지 프로에게 반했다. 입회한 지 5년 만인 2021년에 한국 투어 다승왕, 상금왕, 대상까지 휩쓴 굉장한 선수다. 이글이글 끓는 눈빛으로 입을 앙다물고 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선수는 박성현과는 사뭇 다른 색채의 플레이를 한다. 비교적 무리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한다. 어려운 코스에서도 되도록 점수를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을 잘 해내다 보니 승률도 높다. 승리를 위한 계산식에 자신의 몸을 완벽한 상수로 넣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플레이가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자신만의 색채를 지닌 플레이를 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훈련이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지겹도록 반복하고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고유의 색을 뽑은 것이다. 선수들에 대한 나의 뜨거운 존경 표현을 들은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겸손하게 화답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분들이 그러하듯, 저도 그저 제가 있는 환경에서 주어진 과업을 묵묵히 해냈을 뿐이에요.” 그러나 나의 일상 속 플레이 패턴은 아직 또렷한 색채랄 것 없이 주식시장 변동 그래프처럼 출렁이기만 한다. 묵묵히 과업을 해낸다는 것의 어려움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자기 플레이를 해내는 운동선수들을 그리고 자신의 색과 결로 살아가는 여러 일터의 사람들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