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고된 시간을 견디고 국내 최대 영화 축제가 완벽히 부활했다. 길었던 팬데믹의 기운을 걷어낸 뒤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화려하게 개막을 알렸다. 입구에는 개막식을 고대하는 관객들로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국내 최대 영화 행사에 걸맞게 수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했다. 홍콩 스타 배우 양조위를 비롯해 송강호 한지민 신하균 진선규 박해일 변요한 정해인 한예리 등 영화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타들이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레드 카펫을 밟았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이 맡았다. 류준열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난 기억이 생생하다”며 “올해 영화제에서 여러분이 추앙할 영화를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프닝에서는 지난 5월 별세한 강수연 배우의 추모 영상이 이어졌다.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고 감사 인사를 표했다.
뉴 커런츠 심사위원인 세르지 투비아나 위원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전세계 영화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관객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집에서 영화나 시리즈물을 시청하는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됐다”며 “다행히 위기가 가고 시네마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관객은 쉽사리 극장에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이들을) 다시 불러 들일까 하는 과제는 한국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모든 영화가 다양성과 자유를 유지하며 발전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영화 상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일 개막작 ‘바람의 향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영작은 매진됐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 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 ‘6명의 등장인물’ 등은 인기 상영작이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반 극장 관객 수는 2019년과 비교하면 60% 회복됐는데 우리는 80~90%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위해 서울에서 온 김희은(17)양은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지 못했다”며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온 관객들도 영화의 축제를 함께 즐겼다. 인도에서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리티카 마이트라(31)씨는 “평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제 소식을 듣자마자 여행 일정을 다 바꿔서 5일간 영화제를 즐기기로 했다”며 “인도 영화를 부산에서 만나면 또 어떨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레이코 모리나가(69)씨는 “평소 넷플릭스로 수리남, 빈센조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한국 배우들을 볼 수 있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