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뱃머리를 돌려 5일 동해상에 다시 전개됐다. 북한이 4일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의도다.
레이건호가 이끄는 미 항모강습단은 6일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3국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한·미·일은 가상의 북한 탄도미사일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미사일 경보 훈련을 벌일 전망이다.
10만3000t급의 레이건호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약 90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약 5000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합동참모본부는 “미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재전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6~29일 나흘간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해상훈련에 참여했다. 이어 30일엔 동해에서 한·미·일 3국 연합 대잠전 훈련을 펼치고 한반도 해역을 떠났다. 하지만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자 동해를 떠난 지 닷새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전개는 한·미 정상의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합의에 따른 것으로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한·미 국방장관 협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5일 새벽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도 실시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큼스(ATACMS) 2발씩 모두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가상 표적을 정밀타격했다. 우리 군과 미군의 대응사격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미는 지난 3, 5, 6월에도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한·미는 네 차례 대응사격에서 모두 18발(한국 14발, 미국 4발)의 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두고 한·미 평가가 일부 차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군은 ‘중거리(intermediate-range)’ 미사일로 추정했지만 백악관은 ‘장거리(long-range)’ 미사일로 규정했다.
한·미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사거리에 따라 단거리(SRBM·300~1000㎞) 준중거리(MRBM·1000~3000㎞) 중거리(IRBM·3000~5500㎞) 대륙간(ICBM·5500㎞ 이상)으로 분류한다. 미국이 규정한 장거리미사일은 한·미의 정식 기준이 아닌 것이다.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평가할 때 미군과 함께 분석하는 만큼 한·미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기보다 4일 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가 ‘중거리’와 ‘대륙간’의 경계선상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ICBM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