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물가가 2달 연속 하락했다. 다만 산유국의 원유 감산과 고 환율 등 상승 요인이 남아있어 단기간 내 물가 안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통계청은 9월 물가 상승률이 5.6%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 7월(6.3%) 이후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수치다. 다만 30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인 외식(9.0%) 등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전월비 감소폭은 0.1%포인트에 그쳤다. 통계청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유지되면 올해 연 평균 물가 상승률은 5%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물가가 완전한 하락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변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제유가가 불안정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석유 생산량을 감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제유가는 하루만에 5%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달 OPEC+ 감산 결정이 석유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 중인 환율도 피크아웃(고점 통과) 확신을 갖기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8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0.3원이었으나 지난달 환율은 1396.5원으로 1달 사이 76.2원이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했을 때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반영되는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은 5.7%, 가스요금은 15.9% 인상됐다.
가공식품 업계의 연쇄적 가격 인상도 불안 요소다. 팔도는 지난 3일 라면제품 12종의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다. 오뚜기는 이달 10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0%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조만간 원유(原乳) 가격 인상도 예정돼있어 유제품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급,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물가 관련 요인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태풍, 폭우 등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한 배추(95.0%), 무(91.0%) 등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김장철 채소류 수급 안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