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이미지 적극 활용 가독성 높인 기독 서적들

입력 2022-10-07 03:04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도서들’ ‘현대인들의 특성인 시각적 자료들이 포함돼 있기를’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에서 적절한 주제들’ ‘이해하기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겸비 교양 도서를….’

2022 세종도서 교양 부문 종교 분야 가운데 기독 서적을 심사한 선정 위원들이 밝힌 총평 가운데 일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발간된 교양 부문 종교 도서 332종을 출판사로부터 제출받아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 30종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기독 서적은 21종으로 가톨릭 3종, 불교 3종, 기타 종교 3종 등에 견줘 다수를 차지했다. 세종도서로 선정되면 진흥원이 책을 구매해 전국 공공도서관 2500여 곳에 보급한다.

기독 서적 21종 대부분이 국민일보 ‘책과 영성’ 지면을 통해 보도된 책들이다. ‘신데카메론’(복있는사람)의 경우 지난해 9월 발간됐는데, 2021년 국민일보 올해의 책 일반 신앙 국내 부문에서 다추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 이탈리아 피렌체의 별장에 모인 르네상스 여명기 사람들의 이야기 ‘데카메론’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마주한 그리스도인들이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나눈 10가지 한국교회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시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가독성을 높인 책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유작 ‘먹다 듣다 걷다’(두란노)의 경우 내용의 깊이에 더해 기독교 명화 유적 지도 이미지 등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세밀화를 그리는 이근복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의 정성이 담긴 책 ‘그림: 교회, 우리가 사랑한’(태학사)도 붓펜담채화로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 72곳의 역사를 담아냈다. 기독교 미술 이야기인 ‘여섯 개의 시선’(와웸퍼블), ‘예수님과 여행을 시작합니다’(토기장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그림책 가정예배’(토기장이) 역시 그림으로 신앙의 깊이를 더하도록 돕고 있다.

일반인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기독교 이야기 역시 강조됐다. ‘산책하시는 하나님’(한사람)의 경우 12년간 제주도에서 무인카페 ‘산책’을 운영한 성도의 이야기다. 유명 목회자나 신학자의 글은 아니지만, 지금 이곳에서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보통 그리스도인의 삶을 담고 있다. 부유하진 못해도 자기 일에 소명을 가지고 소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모습에 일반인들이 반응하고 있다. 눈부시지 않아도 좋은 일상을 담아낸 ‘하루 한 생각’(꽃자리),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 ‘환경 살림 80가지’(신앙과지성사), 과학과 신앙의 모순되지 않음을 그려낸 ‘과학과 신학의 대화 Q&A’(IVP), ‘과학자, 하나님을 만나다’(두란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국교회 개혁과 갱신을 촉구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의 ‘내가 먼저 회개해야 할 한국교회 7가지 죄’(두란노), 선교 사역의 질적 제고를 촉구한 주수경 아프리카 말라위 선교사의 ‘선교사의 뒷모습’(비아토르), 유튜브 교회인 ‘유클레시아’의 노치준 목사가 저술한 ‘평신도 시대, 평신도 교회’(동연) 등이 대표적이다.

세종도서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 부문 이외에 학문적 깊이를 갖춘 학술 부문을 따로 선정한다. 종교 분야 학술 서적은 총 97권이 접수됐고 심사를 거쳐 16권이 선정됐다. 기독 학술 서적이 역시 다수다. 역사신학을 전공한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가 무려 1182쪽에 걸쳐 풀어낸 벽돌 책 ‘영의 사람 로버트 하디’(밀알북스), 정용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이자 교목의 ‘바울서신 대조연구’(북코리아), 영국 성서학자 앤서니 티슬턴의 ‘성경의 그림 언어와 상징 해석’(이레서원) 등 10권이 포함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