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서구 선교사들의 파송 이전에 한글 성경부터 반입돼 예배 공동체가 만들어진 곳이다. 사도 바울이 가기도 전에 오순절 예루살렘을 체험한 누군가에 의해 자생적으로 발돋움한 로마 교회와도 같다. 이 땅에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의주 지역 4대에 걸친 50년 이야기가 대하소설로 다시 출간됐다. 198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이건숙 사모의 작품이다.
1·2권 1140쪽이 넘는 분량이고 의주 사투리를 복원한 대화 등으로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존 로스 선교사가 만주에서 의주 청년들과 함께 번역한 한글 성경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사진)를 시작으로 이 땅에 불어온 성령의 바람을 장쾌한 필치로 선 굵게 그려냈다.
이 사모는 1993년 1월부터 3년간 국민일보에 이 작품을 연재했는데 남편 신성종 목사의 험난한 목회 여정을 동행하다 보니 육필 원고를 분실해 오랜 기간 작품을 책으로 펴내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 초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기고 직전 헌책 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원고 뭉치를 찾아냈다. 초창기 기독교 역사소설로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