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것은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은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들어오는 미국 전략무기들이 배치된 괌 미군기지를 겨냥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500㎞, 고도 970㎞, 최고속도는 음속 17배인 마하 17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이다. 북한은 올해 1월 30일 같은 장소에서 화성-12형을 발사했다. 당시엔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를 약 800㎞로 조절했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약 4500㎞)는 발사지점 자강도에서 괌 미군기지까지의 거리(약 3500㎞)를 가뿐히 넘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전략 폭격기·스텔스 전투기 등 미군 첨단 전력이 집결한 괌 미군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사시 한반도에 들어오는 미 전략자산의 상당수가 괌에 있다”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불만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북한 도발에 대응해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과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공군 F-15K 4대와 미 공군 F-16 4대가 연합 편대비행에 나선 가운데 우리 공군 F-15K 1대가 서해 직도사격장의 표적에 공대지 합동 직격탄 ‘제이담(JDAM)’ 2발을 폭격했다. 제이담은 북한의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를 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양 장관은 “북한의 도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고, 동맹의 대응태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도발 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핵실험 등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북한이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하는 등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신형 액체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우진 박재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