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 급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이달 중순부터 증권시장안전펀드(증안펀드) 재가동에 들어간다. 증시 안정을 위해 10조원 이상 ‘실탄’을 모아 투입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공매도 금지’ 카드를 함께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4일 증시는 모처럼 반등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2020년 3월 조성된 증안펀드는 운용 채비를 거쳐 이달 중순 이후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안펀드 재가동 시점과 관련해 “이달 중순까지 금융사와 유관기관의 이사회 의결을 거쳐 10조원 ‘실탄’을 재장전하고 이후 코스피 급락 등 위기 발생 시 그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증시가 급락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경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성되는 자금이다. 5대 금융지주 등 금융사 23곳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다. 총 규모만 10조7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서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안펀드 투입과 함께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쓰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공매도 물량을 통해 쏟아지는 주가 하방 압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증안펀드 자금을 쏟아부어도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보는 투자기법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해왔다. 실제 지난 3분기 동안 코스피가 2300대에서 2100대로 추락하는 동안 공매도 월평균 거래대금은 3640억원에서 491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새출발기금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금지와 증안펀드 투입 등 시점과 관련해 “한 사람이 판단할 수 없고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한다”며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도 긴장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방안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봐서 꼭 필요할 때는 (공매도 금지를) 하겠지만, 시장 조치에 대해 다들 민감한 상태”라며 “계속해서 전문가들하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한동안 꺼내지 않던 증시 안정 카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그만큼 증시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주가 폭락에 분노한 개미 달래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0%(53.89포인트) 상승한 2209.38에 마감했다. 4거래일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도 3.59%(24.14포인트) 오른 696.79에 장을 마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