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법, 결국 현대차·기아 전기차 ‘발목’

입력 2022-10-05 04:04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국 현대자동차그룹 발목을 잡았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가파른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4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지난달에 전기차 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1306대 팔렸다. 8월(1516대)보다 14% 줄었고, 7월(1978대)과 비교하면 34%나 급감했다. 기아 전기차 EV6는 1440대를 판매해 전월(1840대) 대비 22%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에 2000~3000대씩 팔리던 두 차량의 신차 효과가 감소한 데다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감소, 9월 비수기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영향도 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에 오를 정도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뒤 곧바로 시행됐다. 시행 바로 다음 달에 아이오닉5와 EV6 판매량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7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아이오닉5, EV6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을 놓고 이견을 노출한다. 조지아주의 래피얼 워녹 연방 상원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조항을 2026년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에 치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주요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입을 타격의 강도는 당분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워싱턴무역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경제통상 리포트를 내고 “현지 전문가들은 사견을 전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면 시행이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기차의 북미 지역 내 조립,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원산지 조건이 대다수 자동차 기업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재무부는 연말까지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원산지 세부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미국 전체 신차 판매량은 12만642대로 1년 전보다 8.1% 늘었다. 현대차(6만4372대)가 9.7%, 기아(5만6270대)가 6.4% 증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