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에서 택시기사들이 승객을 평가한 결과를 호출(콜카드)에 명시하는 일종의 ‘손님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기사에게만 콜카드 화면에 ‘좋아요 많은 손님’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긍정적 평가를 받았는지에 따라 일부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는 형태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탑승 승객에 대해 택시기사들이 ‘좋아요’ 혹은 ‘싫어요’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운행 후 택시기사의 호출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에 ‘길 안내는 어떠셨나요?’ ‘탑승한 손님은 어떠셨나요?’라며 승객 평가 화면이 뜬다. 택시기사는 각 질문에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승객 평가 결과는 해당 승객이 나중에 택시를 호출할 때 ‘프로멤버십’을 쓰는 기사들에게 노출된다. 프로멤버십은 월 3만9000원을 내면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보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서비스다. 이들의 콜카드에 ‘좋아요 많은 승객’이라고 뜨거나 아예 표시되지 않는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기사에게만 ‘좋은 승객’이라는 점을 표기하는 건 일종의 ‘손님 화이트리스트’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기사만 호출을 한 승객이 그동안 다른 기사들에게 ‘좋아요’ 평가를 많이 받았는지 인지할 수 있다. ‘좋아요가 많은 승객’인지에 따라 호출 수락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한 택시기사는 “불만이 적은 무난한 손님을 태우고 싶어 일부러 ‘좋아요 많은 승객’ 표시가 뜰 때까지 호출을 받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택시기사가 고객을 평가한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유료로 다른 기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시스템의 실체에 가깝다. 평가 중 ‘싫어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시스템이 ‘참고용’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기사에 따라 참고할 수 있으나 표기가 없다고 해서 나쁜 승객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사 평가와 더불어 승객 평가를 하는 이유는 상호 평가로 기사·승객이 품질 개선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