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 요금 인상 대책 와중에 승객 성향 파악하는 카카오

입력 2022-10-05 04:03
서울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시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손님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손님을 골라 태우게끔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좋은 손님인지 여부를 미리 알게 한 건데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나 다름없다. 이는 택시 요금 인상을 통한 택시 대란 대책을 발표하며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정면 배치된다.

4일 국민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승객에 대해 기사들이 ‘좋아요’ ‘싫어요’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호출 화면에 ‘좋아요 많은 승객’이라고 뜨는 방식이다. 결국 이를 토대로 손님을 골라 태울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 의원실 조사를 보면 한 택시 기사는 “까다롭지 않은 손님을 태우고 싶어서 일부러 ‘좋아요 많은 승객’ 표시가 뜰 때까지 호출을 받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해당 시스템은 참고용일 뿐이라고 했지만 참고 자체가 택시 영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용을 지불하는 손님을 다분히 주관적으로 평가한 뒤 이를 기사들끼리 공유하게 한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탄력 호출요금제 인상과 택시부제 전면 해제를 골자로 한 ‘심야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행 최대 3000원인 탄력 호출요금을 4000~5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신 손님 골라 태우기 등을 막기 위해 호출비를 낸 승객의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기사들이 단거리 콜을 걸러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카카오 측은 기사들이 손님 성향에 따라 태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안까지 확정되면 내년 초 서울의 심야 택시 기본요금은 최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고물가에 엄청난 부담이지만 택시 기사 처우 개선이라는 선의에 따라 수긍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카카오식 시스템이 운용되면 요금은 비싸게 내고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려워질 수 있다. 고객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다. 의혹을 낳는 시스템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정부의 철저한 조사도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