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말고 치킨 튀기고… 외식업계 ‘구원투수’로 뜬 로봇들

입력 2022-10-05 04:06
로봇이 음식을 담아 나르고,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을 배달한다. 국수를 말고 치킨도 튀긴다. 외식업계에서 로봇이 서비스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소비자에게 균질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들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보다 ‘직원들 업무 편의를 높여준다’는 긍정적 반응이 우위를 차지한다. 로봇으로 대체된 일들이 주로 ‘기피 업무’인 까닭이다.

면 조리로봇 ‘클로이셰프봇’이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빕스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고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 CJ푸드빌 제공

가장 주목을 받는 조리로봇은 CJ푸드빌에서 2019년 도입한 ‘면 조리로봇’이다. CJ푸드빌은 2019년 12월 빕스 등촌점에 국내 최초로 면 조리로봇을 선보였다. 면 조리로봇은 뷔페 방식으로 운영하는 빕스의 국수 코너인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을 맡는다. 방문객이 원하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건네면 조리를 시작한다. 뜨거운 물에 국수 재료를 데치고 다시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어 완성한다. 국수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이다. 모션 제어기술, 스마트 툴 체인저 기술 등을 적용해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소비자에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에 그칠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연’이 있다.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은 빕스 직원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였다. 뜨거운 불 앞에 오랫동안 서있는 건 힘든 일이다. 화상 위험이 있고, 주문이 밀리면 동시에 조리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반면 로봇은 한 번에 4가지 메뉴를 동시에,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다. 로봇이 국수 조리업무를 맡으면서 직원들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CJ푸드빌은 면 조리 로봇을 전국 18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또한 외식업계는 ‘구인난’ 때문에 로봇 도입에 관심을 보인다. 코로나19 이후로 노동시장이 위축한 탓에 로봇 도입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직종별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1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음식서비스직’의 인력부족률(6.5%)이 두 번째로 높았다. 전체 직종의 인력부족률(3.6%)의 배 가까이 된다. 인력이 가장 부족한 직종은 농림어업직(7.8%)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시급을 제시해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일 잘하는 직원을 붙잡아두는 게 중요한 일이 됐다. 기피 업무는 로봇 등으로 대체해 직원 복지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로봇의 등장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기름 앞에서 하루 종일 치킨을 튀기는 일은 화상 위험이 있고 균일한 맛을 내기 쉽지 않다.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업무를 대신한다면 1인 매장도 가능해진다. 최근에 매장에 치킨로봇을 선보인 프랜차이즈 ‘롸버트치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롸버트치킨은 싱가포르 미국 등의 인력난이 심한 국가로의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롸버트치킨’에서 도입한 치킨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닭을 튀기고 있다. 국민일보DB

2030세대 직원들이 비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인공지능(AI) 전화 서비스’도 등장했다. CJ푸드빌은 지난 1월부터 빕스,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 외식 브랜드 매장에 AI 전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내부 망을 사용하는 매장을 제외하고 36개 매장에 적용을 마쳤다.

직원과 소비자가 직접 통화하지 않아도 예약 또는 매장 관련 문의를 AI가 대신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프로그래밍했다. 매장에 걸려오는 전화의 약 70%를 AI가 응대한다. 바쁜 시간대에 전화 응대까지 해야 했던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피로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호텔에서는 서빙 로봇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해 객실 물품 등을 전달하고 짐을 대신 날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로봇카페도 각광을 받는다. 대형 쇼핑몰, 놀이공원, 휴게소 등에서 로봇카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휴게소처럼 24시간 손님이 찾는 곳에서 특히 환영한다. 주문을 키오스크로 하면 되고 로봇이 약 1분에 걸쳐 커피를 만든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 덕에 고객은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한 서비스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고, 직원들은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덜어 보다 정성스럽고 가치 있는 고객 케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