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전면전 우려되는 尹정부 첫 국감

입력 2022-10-04 04:02
국회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앞에 국감 일정과 피감기관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지난 2일 걸려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4일 시작된다. 피감기관은 783곳이다.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놓고 정면충돌해 이번 국감장 곳곳이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의 첫 국회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21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경제와 안보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와 대안 제시라는 국감 본연의 취지가 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하지만 국감 시작 전부터 대통령실과 여야 간 감정 섞인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정책 국감은 일찌감치 물 건너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선과 정권 인수 기간에 이르기까지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컸던 터라 이번 국감에서의 정쟁은 어느정도 예상됐다. 전 정부 시절 있었던 서해 공무원 피살·북한 어민 강제북송·태양광 비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대통령실 이전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대한 외교 참사 논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 및 대통령의 해임 거부로 정쟁의 불길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사실이 국감 직전에 알려지자 여야의 반목과 설전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감이 열리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단순한 말싸움의 장이 아닌 전쟁터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게 무리가 아닐 정도다.

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여야의 치열한 논쟁과 갈등은 그나마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국감에서 벼르는 안건들은 대부분 민생과 무관한 것들이다. 서민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과 같던 수출마저 부진하면서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외환위기 때를 넘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선제 핵공격 협박까지 일삼으면서 한반도 안보를 시계 제로 상태로 만들었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 한꺼번에 몰려드는 쓰나미를 보고 있자면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당리당략은 한가하기 짝이 없을 따름이다. 여야가 국민의 대표라는 존재 이유를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국감의 초점을 정치 현안이 아닌 민생에 맞춰야 한다. 생산성 없는 비난과 말장난이 계속되면 ‘국감 무용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