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 조사 거부한 문 전 대통령, 실체적 진실 밝혀야

입력 2022-10-04 04:0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는 지난 5월 23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방문 후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조사 통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방침을 통보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의 조사 요청 이메일을 반송 처리했다. 조사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3일 전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조사 통보를 ‘대국민 선전포고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성역은 아니다. 감사원 조사를 이유로 국민적 저항까지 말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다.

물론 감사원의 감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감사원은 지난 6월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이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지 하루 만에 감사에 착수했다. 여권의 지침에 따라 감사에 착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검찰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중복 조사인 셈이다. 감사원은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심사와 회계 감독,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 감찰이 주요 업무다. 보안이 필요한 안보 관련 업무를 감사하고 당시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모두 퇴임 이후 검찰 수사를 받은 아픈 경험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반발하는 것은 감사원 조사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감사원 출석과 조사를 거부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계속 침묵하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는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지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문재인정부는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했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국민의 생명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희생됐다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 전 대통령은 어떤 방식이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느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