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보유국 행세하려는 北, 어리석은 길 가지 말라

입력 2022-10-03 04:03
지난해 1월 조선중앙통신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 모습을 보도하며 공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 연합뉴스

지난주 북한은 전례 없이 네 차례나 미사일을 쐈다. 안보 문제에서 이례적인 상황은 위험하다. 북한의 행태에 담긴 위험요소를 정확히 분석해야 대응 과정의 착오를 막을 수 있다. 몇 가지 특징이 읽힌다. ①표면적으로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에 반발한 도발인데, 그 방식이 매우 공격적이었다. 네 차례 모두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동해를 향해 발사했고,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떠 있는데도, 미국 부통령이 방한한 날에도 보란 듯이 쐈다. 예전 같으면 도발의 제약조건이 됐을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 “너희가 어쩔 건데” 하는 핵보유국 행세를 저들은 이미 시작했다.

②지난주 발사한 미사일은 전부 사거리 500㎞ 안팎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계열이었다. 세부 기종과 발사 방식을 조금씩 달리했지만, 모두 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을 겨냥한 핵공격 시험을 한 셈이었다. ③이는 10월 16일부터 11월 7일 사이에 강행하리라 예상되는 7차 핵실험과 맞물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의 초점이 핵탄두 소형화·고도화에 맞춰질 거라고 본다. 북한이 최근 법제화한 전술핵 선제공격 지침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험인 것이다.

이런 특징은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협상용 메시지로 해석하기 어려워졌음을 말해준다. 그들은 준비된 핵무기 전력화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올해 들어 스물두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을 앞둔 상황에서 이례적인 SRBM 연쇄 발사시험을 했다. 미국을 겨냥하는 전략핵무기를 손에 들고, 이제 남한을 공격하는 실전용 전술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몇 해 전 판문점에 내려와 “내가 남쪽과 미국을 겨냥해 핵을 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은 허언이 됐다.

북한은 스스로 선택지를 줄이는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다. 협상 카드라던 핵을 실전용 탄두로 바꾸는 무모한 과정을 끝내 밟으려 한다.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이전과 이후의 북한은 결코 같을 수 없다. 핵을 가지려는 나라에서 핵을 사용하려는 나라가 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품었던 일말의 기대는 갈수록 사그라질 테고, 우리가 느껴야 하는 위협은 한층 엄중해질 게 분명하다. 한반도의 긴장이 용납하기 어려운 위험수위를 향해 치달을 때 정부는 준비된 대응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치밀하고 구체적인 상황별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준비돼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