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별론데…” 재건축 부담금 완화, 시장은 시큰둥

입력 2022-09-30 02:53
정부가 29일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자리한 개포한신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이 1억원 이하면 부담금을 면제하고, 부과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의 재건축 부담금 개선 방안을 내놨다.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16년 만에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고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 감면 규정도 도입해 부담금 부담을 완화한 게 핵심이다. 다만 서울 등 주택 공급이 시급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억대 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단지가 적지 않아 실제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부담금 제도는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과도한 부담금 부담 탓에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막는 요인이란 비판을 받았다. 부담금 징수액도 16년간 25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우선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초과이익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렸다. 초과이익 기준 구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 단위로 넓혔다. 초과이익이 1억 초과~1억7000만원 미만이면 부담금 부과율이 10% 적용되는 식이다. 구간이 높아질수록 부과율은 10%씩 늘어나 최대 50%까지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자면서 6년 이상 보유한 경우 감면율을 10%씩 가산하는 실수요자 배려 규정도 신설한다. 1가구 1주택자면서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주택 처분 시점까지 부담금을 납부 유예한다.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은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춘다. 재건축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 설립까지는 약 2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만큼의 집값 상승분에 대한 부담금은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까지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단지 84곳 중 45%인 38곳의 부담금이 면제될 것으로 추산했다. 가구당 부담금은 현재 9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51%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지역에 따라 부담금 감면 비율에 차이가 있다. 지방의 재건축 단지는 평균 부담금이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 감소하는 반면, 서울은 2억3900만원에서 1억4600만원으로 39%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장기보유 등 공제 적용 여부에 따라 부담금이 천차만별일 수도 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부담금을 2억8000만원 부과받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가 1가구 1주택 상태로 10년 이상 보유하면 부담금이 4000만원으로 대폭 감면되지만, 보유 기간이 6년 미만이면 1억원을 부과받게 된다. 조합 내에서도 부담금 차이가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부담금 부담이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재건축을 활성화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부담금 제도는 원래 재건축을 억제하려 만든 제도”라며 “민간의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선안이 법(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 사안이라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변수다.

세종=이종선 심희정 기자, 이택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