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계기로 특유의 ‘사이다 발언’을 자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당대표 취임 이후 대여 공세를 비교적 자제해왔지만, 정부·여당의 실책이 잇따르자 공격 본능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29일 당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윤석열정부가 대한민국 국정을 맡은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참으로 실망스러운 국정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대한민국 국격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경제나 민생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외교 참사는 엎지른 물이지만, 제발 경제 참사라도 막아보자”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현 상황이 “경제의 큰 위기이자 민생의 위기”라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무역수지 적자, 주가 폭락, 가계부채 부담까지 국민의 고통이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8일에도 “이번 외교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요즘 자꾸 떠오르는 것이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라는 단어”(제주 타운홀미팅)라며 정부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사이다 발언을 재개한 데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제기한 민주당과 MBC 간 ‘정언유착’ 프레임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누가 봐도 어이없는 주장을 반복하니 이 대표도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데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그간 이 대표가 정부 비판 발언을 자제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기존의 ‘민생 올인’ 전략에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지지율을 민주당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자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메시지 기조는 지난 대선 때부터 논쟁거리였다. 차분한 태도로 무게감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과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처럼 지지층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대표는 위기의 순간 사이다 발언을 꺼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최근 발언들은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편하게 목소리를 낸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