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비명에 10조 증안펀드 채비… 급락장 구원투수 될까

입력 2022-09-30 04:04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코스피가 연일 급락을 거듭하자 시장 안정화 조치에 당국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증시 규모를 고려할 때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은 전날 증안펀드 재가동 관련 첫 회의를 열고 운용 과정을 논의했다. 정책 결정은 금융위가, 자금 모집 및 실질 운용은 금투협과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가 맡는 구조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우량주식 위주 지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증시 안정화 조치가 상당한 효과를 봤다. 1990년 주가 폭락 당시 증권사·은행·보험사 등 627개사가 4조85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했다. 당시 40% 이상 폭락했던 증시는 증안기금 투입에 힘입어 23%가량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에는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협회 등 유관기관이 515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공동펀드를 만들었다. 2008년 11월부터 5개월간 매달 1030억원씩 집행해 코스피를 1076.07에서 1206.26까지 12.1%가량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상장사들 몸집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에 가동 준비 중인 증안 펀드 규모는 10조7000억원 수준이다. 2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1711조원)의 0.6%에 불과한 만큼 이를 전부 투입한다 해도 과거만큼 효과를 보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내에서는 증안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증시 부진으로 주요 증권사들 실적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업계가 역대급 불황을 맞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추가 자금을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안펀드 가동이 증시를 반등시키는 게 아니라 안정화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물량 공세를 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증안펀드 가동 시점도 변수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2000대 후반을 하회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증안펀드 가동을 요구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론에 밀려 적절치 못한 타이밍에 증안펀드 자금을 풀어버리면 대세 하락세에 같이 휩쓸릴 뿐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안펀드를 가동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올라도 한·미 금리 역전이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되레 외국인 등 대형 투자자들이 이를 ‘매도 기회’로 여겨 매도세가 짙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