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57>] 아이들이 또래처럼 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입력 2022-09-30 03:04 수정 2022-09-30 03:04
김지은(가명)씨의 둘째 아들인 준우(가명)의 모습. 지은씨는 “아이가 말을 거의 못하니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울기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김지은(가명·38)씨는 5년 전 어느 봄날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와 동거를 시작했다. 결혼식을 올리지도,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지만 둘은 부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남자의 폭행이 시작되면서 삶은 악몽으로 변했다. 지은씨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밖에 나가는 걸 싫어했어요. 장을 보고 오거나 친구를 만나고 오면 왜 외출을 했느냐면서 저를 때렸어요. 빗장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허리를 심하게 다친 적도 있어요.”

임신한 상태에서도 폭행은 계속됐다. 지은씨는 집을 나와 2019년 3월 미혼모 시설에 입소해 그해 7월 첫째 연우(가명)를 낳았다. 그런데 3개월쯤 흐른 뒤 남자가 지은씨를 찾아왔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하는 남자의 맹세를 믿었다. 두 사람은 다시 살림을 합쳤다.

이듬해 지은씨는 둘째를 임신했다. 하지만 남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시 폭행이 시작되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지은씨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시설로 피신해 2020년 12월 둘째 준우(가명)를 낳았다. 지금도 지은씨는 이곳에서 연우와 준우를 키우며 살고 있다. 남자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말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연우와 준우가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언어 발달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첫째는 ‘엄마’ ‘까까’ 정도만 말할 수 있고, 둘째는 ‘엄마’만 말할 수 있어요. 어린이집에서는 언어 치료가 시급하다고 하는데 돈이 없으니 치료 받을 엄두가 안 나요. 아이들과 대화가 불가능하니 지칠 때가 많아요.”

지은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는 부산의 한 복지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120만원을 번다. 하지만 이 돈으론 생활비만 겨우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2년 뒤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는 것. 지은씨는 “집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니 답답하다”고 했다.

버거운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신앙이다. 지은씨는 현재 부산 구덕교회(이종훈 목사)에 다닌다. 그는 “교회에 가면 우리 가족만의 보금자리를 빨리 마련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가장 많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우나 준우가 또래 아이들처럼 말을 잘하고 야무지게 행동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뭐가 됐으면 한다는 식의 소망은 없어요. 평균치의 삶만 살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8월 23일~9월 27일/단위: 원)
△㈜염광 50만 △구자숙 30만 △오진택 무명 20만 △양태규 최원철 정인규 정재은 김무열 연용제 김필현 박희배 최정순 조점순 김덕수 10만 △한승우 연응선 정연승 황재현 김용희 허옥자 장경환 예수님사랑 이관우 김금선(이상아) 정인경 오군숙 이윤미 조병열 황의선 김진원 김영수 5만 △김홍수 4만 △정영숙 전영희 구자옥 김선화 김인희 김인수 주경애 이병천 이유경 임순자 3만 △이은순 정한나 이성배 신영희 이강하 김훈배 정명순 2만 △조태찬 김누리 김윤정 여승모 김애선 하나 이항래 송복순 김명래 생명살리기 1만 △김득호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