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지촌 성매매 조장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입력 2022-09-30 04:06
사진=뉴시스

1950년대부터 국가가 주한미군 주둔지 인근에 ‘기지촌’을 운영하고 성매매를 조장한 것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300만∼7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을 낸 지 8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2014년 120명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 95명만 원고로 남았다.

1심은 국가가 성병에 걸린 여성을 강제 격리 수용한 부분 등만 위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기지촌 조성과 운영, 성매매 조장 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 범위를 더 넓게 봤다. 2심 재판부는 “국가가 ‘애국교육’ 실시 등으로 기지촌 내 성매매 행위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했다”며 “해당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나아가 성으로 표상되는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국가의 위법 행위로 기지촌 여성들이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 당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이 사안을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보고 장기 소멸시효(5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