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다섯 살에 마침내 기독교를 떠났다.’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 문장은 21세기 초 신무신론 운동(the new atheist movement)을 이끈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신, 만들어진 위험’에 남긴 말이다. “이 세상에 신은 없고 비이성적 믿음만 남았다”고 주창하는 무신론자의 한마디가 화살처럼 가슴에 박히는 이유가 있다. 10대의 나이에 신앙을 잃거나 ‘가나안 성도’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침묵 속 고백처럼 되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첫 책인 ‘기독교가 직면한 12가지 질문’에서 저자는 ‘종교가 도덕에 끼치는 영향’ ‘기독교와 동성애’ ‘고통과 심판’ 등을 주제로 기독교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언어와 자료로 답을 전했다. 저자의 언어는 일상적이고 친근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10대가 기독교에 던지는 10가지 질문’이란 부제를 달고 등장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청소년 세대도 장년 세대 못지않게 기독교에 대한 호기심과 풀기 어려운 질문들이 있으며 저자인 맥클러플린이 호기심과 난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청소년들의 궁금증 해소 매커니즘에 최적화돼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 좋은 것 아닌가요?’ ‘기독교가 틀렸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나요?’ ‘우리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무엇을 하시나요?’ 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질문들은 익숙하다. 동시에 설명을 위해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마치 베테랑 셰프처럼 능숙하게 질문에 대한 맞춤형 설명을 조리해 나간다.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얼음으로 변해 버린 안나를 녹이는 장면을 소개하다 ‘참된 사랑’ ‘이성, 동성 간의 성관계’ ‘음란물 중독 문제’를 풀어내는가 하면, 영화 속 해리 포터와 덤블도어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펼쳐 보이며 ‘삶 가운데 당면하는 고통과 하나님의 계획’을 연결 짓는다. 능수능란한 조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레시피를 발견한 듯 무릎을 치게 한다.
쉽게 풀리지 않던 기독교에 대한 호기심을 회피하며 서서히 교회와 멀어져 가고 있다면, 혹은 그런 모습의 위태로운 10대 친구나 자녀를 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조금 더 친밀하게 신앙으로 이끌어 줄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대화가 확장되다 보면 이 시대의 10대들이 리처드 도킨스의 10대 시절과는 정반대의 고백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열다섯 살에 마침내 기독교를 만났다’고 말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