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달 코스피 2조3100억 순매도… 국내 자본유출→ 환율 상승 악순환 심화

입력 2022-09-29 04:06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각종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여파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며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발생한 국내 자본 유출이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악순환에 들어섰다는 우려도 크다.

28일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이 1421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220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국내 자본 유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2조3100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1월부터 8개월간 순매도한 금액(8조6400억원)의 4분의 1을 넘는 규모다.

국내 자본 유출이 가속화된 배경에는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상황이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0.75% 포인트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돈을 빼내어 금리가 더 높은 지역에서 돈을 굴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한·미 기준금리 차가 1% 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막대한 가계부채 규모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는 쉽지 않은 국내 상황에 비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 포인트까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1200원대에 머무르던 환율은 2개월 만에 1440원대에 진입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등 투자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다음 달 코스피가 210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지만 정부와 당국은 불안감을 달래려는 메시지를 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과거 금융위기 등에 비해 현재 우리의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후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면서 ‘빅 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 상황을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담보부족 계좌가 속출하는 등 반대매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5대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1만5779개로 이달 초에 비해 3배 급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2009년 7월 이후 13년2개월 만에 20%를 넘어섰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