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정부가 코로나19 전담 지정병상 수천개를 다시 해제하기로 했다. 예산과 의료여력을 고려한 조치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추가 유행도 함께 대비해야 해 고심이 깊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정병상 중 1477개 병상은 다음 달 7일까지 순차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정병상은 이날 기준 7437개에서 하루 확진자 17만7000명 대비 수준인 5960개까지 우선 줄어든다.
정부는 이번 유행 초반인 지난 7월 중순 하루 확진 20만명 규모 유행을 대비해 기존 약 5700개 병상에 1400개를 추가해 7100개를 운영키로 했다. 여기에 당정협의회가 30만명 규모 유행을 대비한다고 발표하며 약 7600개까지 늘렸다. 다행히 유행 정점은 약 13만명 수준에 그쳤다.
지정병상을 줄이는 건 예산과 독감 등 겨울 감염병 대비를 위해서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의료기관에 지급된 손실보상금만 3조3333억원에 달한다. 현재 규모 지정병상을 빈 상태로 유지하면 거액의 예산을 추가로 더 들여야 한다. 계절독감 등 다른 질병 감염자가 입원할 병상 여유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정병상을 줄이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섣불리 병상을 대폭 줄일 경우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처럼 언제, 어떤 규모로 닥칠지 모르는 재유행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다. 앞서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뒤 줄였던 병상을 이번 유행을 앞두고 단기간에 다시 늘리느라 부랴부랴 전국 상급병원장 간담회까지 소집해 대응했다.
지정병상에 있던 간호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처우 문제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비롯해 재유행 때마다 겪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염병 대비 상시병상 1700개를 추가 확보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놨다. 그러나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중에야 온전히 상시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 연말까지 확보 예정인 상시병상은 617개에 불과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