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접촉한 남성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베트남 여성 유학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사기, 위조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20대 A씨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소개팅 앱을 하다 B씨와 연결이 됐다. 금융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한 B씨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올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으로 포섭됐다.
A씨는 그해 8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텔레그램 메신저 지시에 따라 경기도 의정부에서 피해자 C씨를 만났다. C씨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에게 속아 넘어간 상태였다. 조직원은 C씨에게 “카드사 계약 위반으로 신용도가 하락해 대출이 안 된다. 예치금을 넣어야 신용도가 올라간다.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전하라”고 속였다.
A씨는 금감원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C씨에게 3300만원을 받았다. 금감원 명의 위조공문서도 제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7~8월 피해자 7명에게서 1억1595만원을 건네받았다.
A씨는 “아르바이트로 알고 돈을 받아 전달만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와 보이스피싱 조직 간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허 판사는 “A씨가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잘 알지 못했더라도 자기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외면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허 판사는 “A씨가 범행 주도자가 아니고 얻은 이익이 크지 않는 점, 만 20세를 갓 넘을 정도로 어린 점 등을 고려한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