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 내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4년 중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이 개헌 국민투표의 적기”라고 말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가 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되기 직전 개헌을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랐고 여러 현안들에 밀리면서 개헌은 구호와 약속에 그쳤다.
개헌은 ‘정치의 블랙홀’이라고 불린다. 다른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개헌 제안에 “민생의 블랙홀이 될 이재명식 개헌에 어떤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내용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요구들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대내외적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거대담론인 개헌 논쟁이 폭발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4년 중임제, 내각제 등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적·국민적 합의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승자 독식의 대통령제와 극단적 대결을 심화시키는 정치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수의 국민이 현행 대통령제의 폐해를 알고 있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적 타협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국무총리 국회 선출·추천제나 대선 결선투표제는 이 대표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동안의 개헌 논의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던 의견이다.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옮겨 행정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한 권력 분산 방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1대 국회 임기 내 개헌을 강조하며 개헌추진자문위원회 구성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약속했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다.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과 정치 개혁을 위한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분열의 정치 대신 타협의 정치 구조를 제도화하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