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종말’이 아니다. 영이 육체를 떠나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새로운 출발이다. 그래서 교회도 장례 예식에 정성을 다한다. 다만, 천국 가는 길에도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이 땅에 남은 육신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
30년 전 한국 주요 교회들은 신도를 위한 가족 동산을 운영했다. 교외의 저렴한 임야를 매입해 묘지로 사용했다. 요즘엔 납골당이 늘었다. 묘지가 포화 상태인데다 장례 문화도 화장으로 변해서다. 하지만 교회가 납골당을 설립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부지를 알아보고,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전문 설계사와 시공사, 운영 전문가도 필요하다. 여기에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다 혐오시설에 반발하는 인근 주민의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추모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교회를 위한 대안이 기독교인의 납골당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경기도 파주, 용인, 양주같은 수도권 교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봉안당홈’도 교회에 우호적인 납골당으로 꼽힌다. 예배 장소가 있고, 교인들을 안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준다. 관리하는 책임자도 교회 성도다. 봉안당홈 관계자는 29일 “초기 구상 단계부터 이별과 슬픔이 아닌, 그리움과 만남의 장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영국 스톤헨지를 연상케 하는 설계에 유럽에서 들여온 고급 자재와 소품이 더해지며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 덕에 어둡고 딱딱한 납골당 특유의 분위기가 없다. 건물 사이엔 카페식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봉안당 내부 곳곳에 의자들이 있다. 방문한 가족들이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도록 돕는 공간들이다. 내부는 영화 속 유럽의 서재를 보는 듯하다. 덕분에 드라마와 TV 프로그램 촬영 장소로도 여러 번 활용됐다. 봉안당홈 관계자는 “최고급 소재와 유럽을 연상시켜주는 디자인 덕에 납골당 업계의 ‘타워팰리스’로 불린다”고 자신했다.
봉안당홈의 장점으로 탁월한 접근성도 꼽힌다. 서울 서초구의 원지동 화장장이나 성남, 수원, 벽제 화장장에서 15~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차량으로 10분이면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편하게 올 수 있다. 분당선 야탑역에서 일반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교통도 좋은 편이다. 재단법인 송파공원의 류동훈 상임고문은 “교회에서 이곳을 납골당으로 사용하면, 교역자님이 장례 예배를 위해 여러 장소를 다니지 않으며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그만큼 성도님들을 위해 더 많이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안당홈은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계획도 있다. 오랜 선교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선교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봉안당홈의 수익 일부를 그들을 위한 장례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류 고문은 “선교사님들이 천국에 가는 길을 우리 봉안당에서 도와드릴 수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방식을 놓고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