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인 카메룬과의 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카메룬 1.5군을 상대로 후반에 보인 답답한 경기력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대표팀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친선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전날 선발 명단 변화를 예고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날 코스타리카전과 비교했을 때 5명의 선수를 바꾸며 변화를 줬다. 공격진에선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황의조를 제외했고, 미드필더진에선 손준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수비진은 두 자리나 바꿨다.
한국은 기존 스타일대로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를 공략해 나갔다. 후방에서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 패스나 좌우 전환 패스 등을 통해 공격 전개 작업을 이끌었다. 한국은 전반 4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황희찬을 거쳐 정우영에게 연결됐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스피드와 개인기에 강점이 있는 카메룬은 공 탈취에 이은 역습을 주로 시도했지만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다.
선제골을 뽑은 건 한국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35분 김진수의 크로스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튕겨져 나온 것을 그대로 헤더로 연결했다.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재차 손을 뻗었지만 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은 ‘찰칵’ 세리머니로 A매치 35번째 득점을 자축했다.
반면 후반전은 답답한 경기 흐름이 전개됐다. 한국은 공 점유율에선 앞섰으나 공격 작업 막판에 패스 실수가 나오면서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경기를 이어간 두 팀의 경기는 1대 0 한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벤투 감독은 ‘해외파’가 포함된 마지막 모의고사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카메룬이 앞서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우즈베키스탄에 0대 2로 패했던 것을 고려하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특히 스페인 라리가 도움 1위 이강인을 소집하고 투입하지 않는 등 ‘새로운 실험’을 피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장에 운집한 관중들은 이강인을 연호하며 “제발 투입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전반은 공 점유율을 높였고, 후반엔 수비 조직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전반에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경기 분석을 통해서 다른 옵션을 활용하기로 선택한 것이고 전술적, 기술적 부분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