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연금수령 등 의혹 관련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 사과

입력 2022-09-28 04:0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앞서 정호영·김승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복지부 장관 자리는 넉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국회사진기자단

조규홍(55)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국민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선 “지급 보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연금 개혁을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조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5월 복지부 1차관으로 임명된 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복지부 장관은 전임 장관 사임 이후 125일째 공석이다.

야당은 이날 공무원연금 수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조 후보자는 2018년 기재부 퇴직 뒤 지난해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2년10개월간 보수 11억원을 받았다. 통상 수입이 늘면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감액되지만 공무원연금 1억1400만원을 그대로 받았다.

현행법상 국제기구 급여는 공무원연금 수령액 감액 대상이 아니어서 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연금개혁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법의 허점으로 이득을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과거 글을 인용해 “글에서 춘풍수상(春風秋霜),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는 반대 아니냐”고 꼬집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가입 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EBRD 재직 기간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인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이 역시 국제기구 급여가 피부양자 재산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은 아니다. 이 기간 영국에서 의료를 이용했다는 기존 해명과 달리 국내에서 150만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혜택을 본 점도 지적받았다.

조 후보자는 야당 추궁에 결국 사과했다. 그는 “국민이 의구심 갖는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외 제기된 위장전입, 세대분리 의혹도 스스로 거론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조 후보자가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경제부처 출신인 점을 들어 복지부 장관에 걸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인 문형표 전 장관이 메르스(MERS) 대응 미비로 사임한 예를 들기도 했다. 반면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예산·재정은 결국 한정된 국가자원의 배분 방법에 관한 것이다. 복지 문제와 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관료 출신으로서의 강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급 보장을 보다 명문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조 후보자는 “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금 정확한 문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청문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을 두고 여야 간 언쟁이 격해지자 의장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개회 40분 만에 정회를 선언해 오후에야 회의가 재개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