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 순방외교 참사의 책임을 묻는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정부의 국무위원을 상대로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169석을 앞세워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표 발의한 해임건의안에서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박 장관을 해임해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를 거부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절반 이상이 비속어 논란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더라도 이번에는 중도층이 ‘그럴 만했다’고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강성 지지층만 환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사자인 박 장관도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서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이로부터 24~72시간 이내 표결(무기명 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 기간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계획대로 29일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켜줄지는 미지수다.
현행 헌법하에서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세 차례 통과됐다. 2001년 8월 김대중정부 때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2003년 8월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두 장관은 모두 자진사퇴했다. 2016년 9월엔 야당이던 민주당이 박근혜정부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주환 정현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