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우려한 KDI… “소비자에 부담 전가 부작용”

입력 2022-09-28 04:05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등 18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면 수급 사업자의 일감이 줄어들거나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의견이 나왔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화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조항을 의무화하는 제도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한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연동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납품단가 연동제가 의무화되면 사업자들이 계약 기간을 단축하거나 다른 거래조건을 바꾸는 방법으로 이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사업자가 단가연동조항에 따른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하청에 맡기던 일까지 직접 하기로 결정해 수급사업자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 조달에서는 정부가 최종 소비자이지만 기업 간 거래에서는 원사업자가 경쟁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적절히 전가할 수 있다”며 “수급사업자의 수익성을 보호해주는 대신 소비자 후생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격 책정에 개입하는 셈이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강제하기보다는 표준적인 연동계약서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나 선물 등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시장친화적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