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최근 10년간 불건전 영업행위로 50억원 상당의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태료는 9억원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증권사들이 불건전 영업행위(자본시장법 제71조)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문책 이상 제재 조치는 103건으로 집계됐다. 제재 사유는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일임매매 금지 위반, 부당한 재산상 이익의 수령 금지 위반 등이다.
이 중 부당한 재산상 이익 제공 또는 수령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는 23건으로, 이들 증권사가 받거나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9억6336만원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거래 상대방 등에게 업무와 관련한 직·간접적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령할 수 없다.
금융위가 이를 위반한 증권사들에 부과한 과태료는 재산상 이익의 18% 수준인 9억3150만원에 그쳤다. 부당 이익 규모가 수십억원에 달한 사건에서도 과태료는 2억원을 넘지 않았다. 23건 중 과태료보다 부당 이익 수령·제공액이 많은 경우는 11건(47.8%)이었다. 부당 이익이 1억원 이상인 5건 중에선 과태료보다 부당 이익이 적은 경우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건에선 부당 이익이 과태료의 2.4~63배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2019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수행과정에서 실제 자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발행사로부터 금융 자문 수수료 23억6000만원을 받은 점이 적발돼 제재가 내려졌다. 그러나 부과된 과태료는 1억4400만원에 그쳤다.
부당한 재산상 이익에 비해 제재 금액이 적은 건 과태료 상한 규정 탓이다. 금융위는 개별 위반 행위 건마다 정해진 법정최고금액 안에서 위반 동기와 결과 등을 따져 과태료를 산정한다.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 또는 제공 금지 규정 위반은 과태료 상한 금액이 5000만원이다. 예컨대 A증권사가 특정 펀드를 판매해준 대가로 얻은 금액이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이라는 뜻이다.
2017년 이후 적발 건수마다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이 강화됐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법 수익 액수를 기준으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법규로는 증권사가 불법 재산 이익을 취하는 데 비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당국은 규정상 법정 상한 금액을 초과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한 재산상 이익 액수가 커지는 경우에는 금전적 제재뿐 아니라 기관에 대한 경고, 신분적 제재 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며 “기관 입장에서 이런 조치가 쌓이면 라이선스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금전적 조치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