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저격’해야만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시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이 선호할 맞춤형 콘텐츠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AI로 취향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원할 것 같은 ‘취향 저격 상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보여주는 식이다.
27일 IT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콘텐츠·쇼핑 플랫폼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써제스트(검색 추천)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검색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취향에 맞는 콘텐츠·상품이 추천되는 걸 보고 추가 시청·구매에 나서는 것을 겨냥한다.
유튜브는 딥러닝을 활용해 이용자의 유튜브 활용 시간과 장소, 이용 기기 등의 정보를 고려해 추천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배고프다’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먹방’ 콘텐츠가 쭉 뜨는 식이다. 닐 모한 유튜브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에 AI 알고리즘을 도입한 이후 총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감정어’도 AI가 자동 번역하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아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검색추천 AI 기술로 발생하는 매출은 아마존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검색추천 AI 솔루션을 서비스화하기도 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능형 검색서비스인 ‘아마존 켄드라’, 개인화 추천서비스인 ‘아마존 퍼스널라이즈’를 출시했다. AI 적용이 힘든 산업군에 검색추천 기능을 넣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검색추천 AI가 큰 흐름을 형성하는 중이다. SSG닷컴은 2020년 하반기부터 자사의 챗봇에 딥러닝을 적용했다. 고객들이 했던 질문과 상담사가 나눈 대화 5만2000여건을 학습시켰다. 고객들이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맛이 좀 이상하다”고 질문하면 AI는 ‘신선도 문의’로 연결해 문제 해결을 돕는다. 고객이 자주 사는 물품에 따라 연관 상품도 추천해 새로운 소비도 유도한다. 육류 고기를 주로 소비하는 고객에게는 고기용 소스나 채소를 추천하는 식이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26일 패션 플랫폼 ‘브랜디’에 검색추천 AI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브랜디가 운영 중인 플랫폼에 개인화된 제품을 추천해준다. 어떤 고객의 구매 이력이나 클릭 이력, 연령, 성별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브랜디 내 제품 데이터에서 가장 적합한 제품을 AI가 찾아낸다. 고객은 앱의 첫 화면에서부터 취향에 맞는 AI 추천 상품을 본다. 예를 들어 면접용 정장을 자주 찾아본 20~30대 여성 취업준비생에게 최근 날씨에 맞는 포멀한 스타일의 블라우스, 옷에 맞춰 신을 수 있는 편안한 구두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효율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구매까지 걸리는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는 AI 기술은 매우 효과적이다. 다양한 소비 시장으로 기술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