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외교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명분이 약하다

입력 2022-09-28 04: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의 서명이 담긴 해임건의안은 국회에 제출됐다. 이견이 없는 만장일치였다. 해임건의안은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고, 민주당이 찬성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위원인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내는 해임건의안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대참사’였다는 것이다. 박 장관이 주무 부처 장관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일정 차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30분 약식회담, 비속어 파동 등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고 해서 장관을 해임할 수는 없다. 교통 체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장관을 해임하라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해임건의안 제출의 실질적인 이유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해프닝에 불과한 말실수를 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말실수와 대처가 잘못됐다면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열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전 한때 파행됐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유감 표명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말실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외교 현안이 쌓여 있다.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도 많고, 한·일 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린다. 중국과의 긴장 관계도 높아졌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외교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외교 참사가 될 것이다. 여야는 실익도 없는 비속어 정쟁을 이쯤에서 정리하기 바란다. 조금씩 양보해서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다. 언제까지 ‘XX’와 ‘바이든’과 ‘날리믄’을 말하며 싸울 수는 없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야 간 대치만 심화할 뿐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직접적인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도 특정 방송사를 겨냥한 과도한 공격을 자제하고, 민주당도 박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방침을 철회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