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불과 20~30여년 전만 해도 가수나 탤런트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해도 자식이 딴따라를 하겠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다. 응당 딴따라는 한량처럼 공부를 게을리하고, 무위도식하며, 생계를 꾸리기도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기자도 고교 시절 같은 반에 기타를 잘 치는 친구가 부모님 반대로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자 가출을 감행했고, 결국 학교를 떠난 기억이 있다.
반면 클래식은 좋은 대접을 받았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곡 이름을 술술 읊으면 뭔가 으쓱해지는 분위기였다. 클래식을 잘 아는 것이 ‘교양 있는 지식인’이라는 암묵적인 상식이 통했다. 오페라나 뮤지컬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옛 사회 통념을 늘어놓은 것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으로 불거진 연예인 병역 문제 때문이다. 한쪽에선 국위를 선양한 연예인들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편에선 대한민국 젊은이 누구나 짊어지는 병역 의무와 관련해선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란 속에서 간과한 게 있다. 바로 ‘예술’의 범위다. 국가가 지정한 예술에 ‘딴따라’는 사실 없다. 우리나라는 콩쿠르 우승자에겐 병역 혜택을 주지만,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사람은 해당 사항이 없다.
실제 예술인의 병역 혜택 근거가 되는 ‘병역법 시행령’과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규정’을 살펴보면 병무청이 지정하고 있는 ‘예술’에는 가요·영화·드라마 등은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병무청장이 정하는 예술경연대회 범위는 음악의 경우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세계연맹에 가입된 대회다. 무용은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또는 국제극예술협회에 가입된 대회다.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는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법령이 만들어진 데는 입법자의 머릿속에 ‘예술’은 오직 클래식과 같은 ‘순수’ 문화뿐이었거나, 그것이 아니면 대중문화가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여전히 우리 사회, 특히 상류층은 클래식과 같은 순수 예술을 떠받들고, 가요 등 대중문화는 암묵적으로 폄하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BTS·블랙핑크를 필두로 한 K팝과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K드라마·영화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가요나 방송 등 대중문화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최근 유행하는 가요나 드라마, 영화를 모르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규정에 손을 대야 한다. 병역법 시행령 등에 규정된 예술경연대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우선 가요와 영화 등 대중문화를 넣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가요는 빌보드 차트, 드라마·영화는 베니스·칸과 같은 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에미상 등에서 부문별 1위를 차지한 사람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사실 에미상 남우주연상은 국제 콩쿠르 대회 우승 이상으로 받기 힘들다. 배우 이정재는 에미상 74년 역사상 첫 한국인 남우주연상 수상자였다. BTS도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과연 딴따라가 클래식보다 저급한 문화일까. 국위를 선양하는데 딴따라와 클래식을 구별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편견도 없이 예술인의 병역 혜택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