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손흥민, 조성진 그리고 BTS

입력 2022-09-28 04:02

이 주제는 나의 입장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국민개병제가 원칙인 이 나라에서는 법적 요건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생각이다. 그런데 이 의무는 헌법이 규정한 다른 국민의 의무에 비해 논쟁의 소지가 있다. 즉 납세, 교육, 근로,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 환경 보전에 관한 의무와는 달리 남성들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는 의무라는 점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거의 50년 동안 누적돼 왔다. 즉 병역특례(군 대체복무) 조항이 그것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지금 이 순간에도 징집 대상자의 10% 정도 청년들은 합법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는다. 산업기능요원제도와 전문연구요원제도에 따라 고졸부터 박사학위 소지자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분야와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병역특례회사가 무려 1만30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이름 없는 청년들의 병역특례가 아니다. 바로 예술 및 체육 분야 특기자 제도인데, 처음 도입된 1973년 이래 지금까지 법 적용의 ‘형평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개발도상국가 시절 대한민국에서 ‘국위 선양’은 국가적 염원이었다. 특히 승패가 선명하게 가려지는 스포츠 분야에서 더욱 그러했다. 초기에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말고도 세계선수권이나 유니버시아드에서 입상만 해도 병역 혜택을 주었고 한국체대의 성적 우수자 10%까지 수혜 대상이 됐다.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올림픽 3위 입상과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범위로 좁혀졌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이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4강 진출에 병역 특혜를 주는 예외를 허용하면서 또다시 파문이 일었다.

지금의 가장 열띤 화두는 단연 BTS의 병역특례 문제일 것이다. 이미 몇 건의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이례적으로 국방부가 여론조사를 실시할 만큼 뜨거운 감자다. 국가 브랜드 고양과 막대한 경제 유발 효과를 들며 이 그룹 멤버들의 군 대체복무를 찬성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형평성과 공정성을 들며 이들도 다른 젊은이들과 똑같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게 강하다.

나는 이 문제를 BTS로 한정짓지 말고 더 큰 범주의 형평성 위반 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이나 최근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군 대체복무 대상이 됐다. 세계대회가 없는 국악의 경우는 국내 경연대회 입상으로 면제가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클래식 분야인데 병역특례 대상이 되는 콩쿠르가 자그만치 12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 분야 전공자가 아니면 거의 알 수 없는 대회들이다. 조성진이 병역 혜택을 받은 콩쿠르는 압도적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가 아니라 그보다 6년 전에 우승한 일본의 하마마츠 콩쿠르였다.

국내 메이저 언론사가 주관하는 동아 콩쿠르와 중앙 콩쿠르 우승자도 똑같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대중음악 분야의 요건은 없다. 대중음악은 음악도 아니고 예술도 아닌가? 스포츠처럼 순위가 가려지는 공정성이 문제라면 몇십만명의 경쟁 속에서 탄생하는 메이저 방송사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말했다. 하루 연습을 건너뛰면 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쉬면 평론가들이 알아채고, 삼일을 거르면 온 청중이 알게 된다고. 그런 피와 땀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클래식과 국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강헌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