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속어 논란에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 진상 밝혀야”

입력 2022-09-27 04:06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지난 주말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유감 표명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미국 뉴욕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발언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논란이라기보다는”이라고 운을 뗀 뒤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비속어 논란)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보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특별한 사과 또는 유감 표명 없이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진상 규명’을 언급하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과 야당이 대충돌하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직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된 발언 중 ‘○○○’ 단어가 ‘바이든’이라는 당초 언론 보도와 달리, 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제의 단어가 ‘바이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바이든’이 아니라 ‘(예산을)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설명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날리면’의 사투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음성 관련 전문가 분석 결과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국격 훼손’ 비판을 ‘동맹 훼손’ 프레임으로 맞받아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진상 규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언론 보도 전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에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MBC 등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추진할 의사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 XX들’ 발언 대상과 관련해서도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비속어를) 제가 들은 건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당시 바로 곁에 있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많이 퇴조했다”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서도 “한국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기업에만 별도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