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無사과’에 더 강경해진 민주당… ‘박진 해임안’ 카드

입력 2022-09-27 00: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위기에 외교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야당이 힘을 내서 잘못을 신속하게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참사’에 대한 사과 요구를 거부하자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박 장관을 해임할 의무는 없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외교 실정’을 부각하고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떠안기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다.

윤 대통령이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사과 대신 야당과 언론을 겨냥한 발언을 하자 민주당에서는 격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온 국민이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지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면서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번 순방의 총 책임자인 박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이 오늘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내일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장치보다 거짓말이 화근이었다”며 “전두환 정권은 ‘탁 치니 억하고 박종철 열사가 죽었다’는 거짓말이 탄로 나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앞으로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어떤 말도 권위를 갖지 못하고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 XX’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적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투표로 표결하게 돼 있다. 민주당이 27일 오전 해임건의안을 발의한다면 늦어도 29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라,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표결과 통과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급작스러운 본회의 표결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 거부가 정치적 파장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이번 주 내내 파상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대한민국의 민생 위기 위에 이제는 외교 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면서 “야당이 힘을 내서 잘못을 신속하게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감사원을 방문해 윤석열정부의 ‘정치 보복성 감사’에 항의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찾아 최재해 감사원장을 면담하고 “감사원이 전임 문재인정부와 야당을 향한 표적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원장 면담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감사원이 스스로 윤석열정부의 사냥개를 자처하고 나섰다”면서 “정치 탄압의 사냥개로 전락한 감사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의 불법·탈법적 감사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