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6일 하루 만에 20원 넘게 오르면서 1430원 선을 뛰어넘었다. 이날 코스피는 3% 넘게 폭락하면서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을 연출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로 인한 ‘킹달러’ 현상에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까지 겹치며 금융시장 불안은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1430원 선이 뚫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다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이 영향을 미쳤다. 영국 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50년 만에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세를 보였다.
고환율 공포가 덮친 국내 증시는 파랗게 질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06포인트(3.02%) 하락한 2220.94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7일(2217.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6.99포인트(5.07%) 급락한 692.3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이 7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년3개월 만이다. 이날 하루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선 시가총액 71조원이 증발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3년 만에 최고치인 연 4.548%에 마감하는 등 채권 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연내 1500원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근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10월과 11월 두 차례 잇따라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연말 1% 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 역시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주식 투자 등 위험 투자를 꺼리는 대신 안전 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금리가 더 높은 미국 시장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 흐름뿐 아니라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국내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낮아진 점도 증시엔 악재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