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일 3%대 폭락세를 보이며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증시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430선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락장과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선에 근접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검은 월요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율 2%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높이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확실하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한 외환시장 불안감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정되지 않는 시장 불안감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연 4%대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 차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도 위태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은 공격적으로 자이언트 스텝에 연달아 나서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재부와 한은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을 계속 허용할 것 같은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비상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부채 부실화를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환율은 계속 치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의 미온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환율 급등을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증시 전망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주식시장은 올해 미국발 경기침체와 경제 연착륙 실패 우려가 제기되며 본격적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유럽연합(EU) 유로와 영국 파운드화, 한국 원화 등 달러를 제외한 주요 화폐가 대부분 약세를 띠고 있는데, 이런 점이 시장을 자극해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남아 있는 반대매매 물량 등이 쏟아지면 주가가 지금 수준에서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매력을 잃으며 수신상품 등 안전자산으로 ‘역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장이 힘을 잃는 요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늘 증시 폭락으로 본격적으로 역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평균 2년간 지속한다는 점에서 최소 향후 1년간은 주식시장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선임위원은 주식시장이 아닌 외환·채권시장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현재 채권시장이 폭락하며 단기금융시장 금리가 폭등하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와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위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 문제가 확산돼 부동산 등 비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 대내경제에 굉장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훈 김경택 임송수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