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달러 현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더 끌어올리는 등 고물가 국면이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가는) 10월을 정점으로 예상하지만 원화 절하로 내려가는 속도가 더딜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향후 물가는 환율, 주요 선진국의 경기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5% 위아래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원화 가치 하락 우려에 대해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원화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주요 통화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면서 불안감을 달래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한 질문에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 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해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체결 논의 상황을 묻는 말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유동성 문제를 모니터링 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말했듯 정보 교환이 있다”고 답했다. 앞서 파월 의장이 지난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연락 중”이라며 “정책 공조 차원이기보다는 많은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거론한 것이다.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스와프에는 내부 기준이 있다”며 “글로벌 달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을 때 그것(스와프)을 논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