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산하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을 전망이다. 한화는 대우조선 유상증자(유증)에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14년 전 인수를 추진할 당시 제시했던 인수가(6조3000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헐값 매각’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화가 대우조선 주식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건부 투자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유증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이 참여한다. 유증이 확정되면 산은은 주식 28.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내려앉는다.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졸업한 뒤 산은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했다. 2008년에는 한화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 탓에 무산됐다.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과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불허 탓에 물거품이 됐다.
산은은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8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상태다. 신규 자금 2조6000억원과 한도대출 1조4500억원, 출자전환(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꾼 것) 2조1000억원, 매입 주가 대비 손실액 1조8000억원 등이다. 산은 내부적으로 적립한 대손충당금 1조6000억원도 있다.
8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을 2조원에 넘긴다는 계획을 밝히자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000억원, 올 상반기 6000억원 손실을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경영을 효율화하고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민간 주인을 찾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향후 3주간 경쟁 입찰을 해 한화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기업이 나타날 경우 경영권 이전 대상을 바꿀 수 있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한다. 다만 한화에는 다른 기업이 써낸 가격을 수용할 경우 대우조선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강 회장은 “최종 인수 기업은 후속 입찰 참여자가 내세운 조건과 한화의 우선권 행사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