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들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가 1년 새 5조원 늘며 역대 두 번째 많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40·50대가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환 차익 혜택을 받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자금이 국내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은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금액이 전년(59조원) 대비 8.5% 늘어난 64조원에 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신고 규모는 2018년 기록한 66조4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신고 인원 수도 3924명으로 전년(3130명)보다 25.4%나 급증했다. 올해 신규로 신고한 792명 모두 법인이 아닌 개인 신고자인 점도 눈에 띈다.
신고금액 급증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해외주식투자 열풍이 영향을 미쳤다. 개인 신고자가 보유한 해외주식계좌 총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전년(2조9000억원)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이 보유한 해외주식계좌 총액이 1년 사이 7조6000억원 감소한 19조1000억원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년층의 해외주식투자가 두드러졌다. 전체 해외주식계좌 신고금액 중 93%에 가까운 14조6736억원의 소유주는 40·5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주식 금수저’도 눈에 띈다. 이번에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한 이들 중 만 9세 이하 미성년자는 모두 1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예·적금이 아닌 해외주식계좌 보유액만 신고한 이는 6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총액은 177억원에 달했다. 1인 당 평균 29억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