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리스크’ 말 못하는 증권사 위해 금투협이 대변해야”

입력 2022-09-27 04:07 수정 2022-09-27 04:07
서명석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서 고문은 최근 증시 상황과 관련해 “지금은 무조건 (주식을) 사라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바닥이 아직 확인 안됐다”고 말했다. 이한결 기자

서명석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은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37년 한 우물을 판 정통 증권맨인 그가 차기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서 고문은 “올 들어 한국 증시가 대만이나 일본 시장보다 더 많이 하락한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 리스크’”라며 “이를 알면서도 카카오 눈치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개별 증권사들을 위해 금투협은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페이, 뱅크 등으로 물적분할을 했고 페이는 상장후 경영진 먹튀논란을 일으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에서 서 고문을 만나 몸소 겪은 한국 자본시장의 모습과 현 시장 상황, 금투협 회장에 나선 이유 등을 들어봤다.

-이직이 많은 증권업계에서 한 회사에만 37년째 다니고 있다.

“1986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동양증권 공채 2기로 입사했다. 사원에서 프라이빗뱅커(PB)와 애널리스트, 리서치센터, 경영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부사장이 됐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썼을 때 ‘동양사태’가 터졌다. 투자자들이 하루에 1조원씩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새 주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대만까지 날아갔다. 그때 동양사태 관련해서 출국금지가 걸려있었는데 담당 검사에게 사정해서 1박2일 일정으로 대만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유안타 증권이다.”

-금투협 회장선거가 오는 12월에 예정돼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2020년 선거 때 나오려고 했다. 증권사 사장을 7년가까이 했으니 물이 고이면 썩는법이라 생각해 연임을 포기하고 업계 전체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유안타 대주주들이 놔주지 않았다. 그 때 미안했던지 회사에서 이번에 선거 준비한다고 하니 내 사무실에 월간 계획표 하나 사서 걸어줬다(웃음).”

-시장 상황이 최악이다.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시장 낙관론자로 알려졌었는데 증시 전망을 해 달라.

“사실 오늘 크게 떨어진 성장주를 살까 망설였는데 손이 안가더라. 내 기본적인 시각은 ‘경제와 주가는 항상 성장한다’다.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사라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바닥이 아직 확인이 안됐다고 본다. 연초대비 30% 빠진 것은 많이 하락한 것이지만 많이 빠졌다고 바닥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주가 곡선이 올라가기 시작해야 바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넘쳐났는데 금리가 안 올랐다.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다가 이번에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고 있다. 이를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단기적으로는 재앙적 상황이라고 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법이 있다면.

“우리는 워렌 버핏이 아니지만 어떤 주식을 사든지 최소 6개월은 들고 가야한다. 지금 주식을 사고 6개월 뒤 주가를 확인해도 안심할 만한 주식을 추천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주식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는 짧게 들고 있다가 기술적 반등을 노려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주식파동상 하락국면에 들어가있으면 주식보유를 최대한 적게하는게 그나마 가장 나은 투자법같다.”

-장이 나빠지면서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개인투자자들의 증가에 따른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들의 영업환경은 과할정도로 우호적이었다. 증권사의 본 역할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건데 이제 다시 이쪽으로 관심을 돌려야한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갈(Back to the basic)’ 때 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금융사들이 이렇게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하는 데는 과도한 정부 규제가 한몫 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고픈 금융사 잘못도 있지만 그래야 잘하는 걸로 쳐주는 금융당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난 정부 시절 한 정치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불 시대인데 금융시장을 대하는 정부 태도는 1만불 시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금융사건이 터지면 앞뒤 안가리고 맨 먼저 공권력 동원해 처벌하겠다고 하고, 지나친 건전성 규제 잣대를 들이대니 금융기관들이 도전을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에게 같은 위험이란 뜻을 가진 DANGER와 RISK를 구별해 인식시켜줄 필요도 있다. 전자는 피해야 할 위험이지만 후자는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게 투자의 기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가 서 고문을 두고 “금투협회장 되면 할 말 다 할 사람”이라고 평하더라.

“‘안하고 속상하느니 말하고 속상하자’는 주의다. 한 예로 증권사들이 상장기업 매도 리포트를 잘 쓰지 못한다. 상장기업에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투협이 그런 말을 대변해줘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보면 카카오페이는 상장직후 주식을 매각하는 기업가정신의 부재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구글이 유튜브 따로 떼어내 상장시키지 않지 않나. 그럴 때 자본시장 전체를 위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협회가 돼야 한다.”

■ 약력
▲서울(61) ▲서강대 경영학과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 ▲동양파워 발전사업추진본부장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원이사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초빙교수

이성규 경제부장·임송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