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 다룬 ‘세인트 조앤’… “인간적 면모에 초점 맞춰”

입력 2022-09-27 04:02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배우 백은혜, 이승주(오른쪽부터)가 지난 20일 열린 연극 ‘세인트 조앤’ 기자간담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영문학계에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 극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 출신인 쇼는 20대에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뒤 비평, 소설, 희곡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떨쳤다. 날카로운 통찰력의 소유자인 그는 작품을 통해 사회의 보수성과 불합리, 위선 등을 비판했다. 희곡 중에서는 지주 계급의 노동자 착취를 파고든 ‘홀아비의 집’, 매춘부 문제를 통해 여성을 경제적으로 불평등하게 만드는 영국 사회를 비판한 ‘워렌 부인의 직업’, 신분 제도의 허위와 모순을 비꼰 ‘피그말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쇼가 말년인 1923년 발표한 ‘세인트 조앤’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1412~1431)를 다룬 작품이다. 조앤은 잔을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세인트 조앤’은 성녀(聖女) 조앤이란 의미다. 영국에서는 마녀, 프랑스에서는 성녀로 불리는 등 잔 다르크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지만 쇼는 신념을 지키려는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세인트 조앤’은 가장 독창적인 잔 다르크 이야기라는 평가 속에 쇼가 1925년 노벨문학상을 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잔 다르크가 특별한 것은 기록 검증이 가능한 역사 시대에 신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를레앙에 살던 17세의 문맹 소녀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프랑스 샤를 7세를 찾아와 전쟁에 나선다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하지만 잔 다르크는 실제로 1년여의 전투 기간 영국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영국군에 붙잡힌 잔 다르크는 프랑스의 외면을 받은 채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다만 잔 다르크의 사후 샤를 7세는 구국의 영웅으로 그의 명예를 회복시켰으며, 가톨릭교회에서도 1920년 잔 다르크를 성녀로 시성했다.

국립극단이 10월 5~3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김광보 예술감독 연출로 ‘세인트 조앤’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이 작품이 선보이는 것은 1963년 국립극단 초연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만에 신작 연출에 나선 김광보 예술감독은 “‘세인트 조앤’은 이념의 양극화로 진실과 주장, 소문이 마구 뒤섞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워진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쯤 이 작품을 연출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시극단장으로 가게 되면서 못 했다. 그 이후에도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는 무대와 TV를 오가는 배우 백은혜와 이승주가 각각 주인공 조앤과 샤를 7세 역을 맡았다. 백은혜는 김 감독과 2019년 연극 ‘비(BEA)’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5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승주는 ‘사회의 기둥들’ 등 김 감독의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김 감독은 “대본을 읽으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는데, ‘세인트 조앤’은 두 배우와 작업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