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뜻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만난 김모(71)씨는 “서울뷰티먼스라고 하면 우리 나이대에서는 알아듣기 어렵다. 시가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뷰티먼스는 서울시가 다음 달 시 전역에서 화장품 산업 등과 관광을 연계해 개최하는 축제의 이름이다. ‘먼스’는 특별한 의미가 아닌, ‘한 달’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행사 기간 개최되는 세부 일정 11개 중 서울뷰티위크, 서울패션위크, 서울반지위크, 로컬 in 뷰티서울, 서울뷰티트래블위크, 테이스트오브서울 등 9개 행사 이름으로 위크(한 주), 로컬(지역), 테이스트(맛) 등 우리말을 써도 무방한 단어들이 남발됐다.
시가 골목상권 육성을 위해 시작한 사업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도 비슷하다. 5개 상권 중 3개 상권(살롱 in 양재·크리에이터 타운·히스토리컬 시티)에 영어가 사용됐다.
외국어에 상대적으로 강한 청년들조차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예도 있다. 시가 지난 7월 청년 정책 홍보대사로 위촉한 가상인간 ‘와이티(YT)’다. 젊은 스무살을 뜻하는 ‘Young Twenty’에 ‘영원한 스무살’이라는 의미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홍모(33)씨는 “Young Teacher(젊은 선생님)인 줄 알았다”며 “이해하기 어렵게, 외국어를 무리하게 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7월 이후 서울시 정책발표자료에서 ‘그레이트 선셋 한강’, ‘제로서울 챌린지’ 등 최소 20여개 이상의 사업·행사명에서 외국어를 찾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외국어 사용으로 행정에서 특정 시민들이 소외될 수 있는 만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사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어를 행사명에 사용하는 것은 이에 익숙하지 못한 시민들을 행정에서 배제하는 장벽”이라며 “경기도 안성시가 축제명에 활용하는 ‘안성맞춤’처럼 우리말도 고민하면 충분히 좋은 작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서울시 차원에서 외국어에 대한 시민 수용도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 지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서울시 차원에서 행사나 사업명을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위원회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쉽게 정책을 알아볼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게 맞는다”며 “하반기에 공공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 부서와 사업명 등에 외국어가 사용되는 사례를 찾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