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해로 발사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발표한 이후 첫 무력시위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부산 입항과 한·미 해군의 해상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분석된다. 레이건호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항모강습단은 26일부터 29일까지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북한은 이 훈련 시작 하루 전날 훈련이 진행될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이 한·미 해상훈련을 겨냥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등 추가 도발 우려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미 확장억제력을 탐색하면서, SLBM과 7차 핵실험의 ‘길닦기용’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의 에스컬레이터’ 현상이다. 북한이 먼저 도발을 감행하고, 이에 대해 한·미가 대응수단을 꺼내 들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미는 북한의 위협 수위에 비례하거나 그 이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북한도 ‘강대강’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어 위기가 고조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빚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위기의 에스컬레이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미는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미국은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은 핵을 포함한 군사력을 총동원할 것임을 한국에 약속한 것이다.
이 같은 한·미 간 확장억제 합의 이후 첫 조치로 핵항모 레이건호가 지난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25일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미 해군 핵항모 입항 등을 문제 삼아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한·미로 떠넘기면서 향후 미 전략자산 전개를 지속적인 도발의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26∼29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훈련을 통해 어떠한 형태의 북한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연합방위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합의한 것과 관련,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위험천만한 도발적 망동” “민족의 머리 위에 핵재난을 몰아오려는 반민족적범죄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